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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암'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11.29 11월 29일 야간산행 2탄 관악산.

일요일 시간이 적절치 않을 듯해 작정한 11월 29일 토요일 밤 산행

날씨는 초겨울 치고 크게 쌀쌀하지는 않고 바람도 많지 않아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산에는 무슨 일이 있을 지 모르기에 패딩 내피를 가방에 담고 지하철을 타고 성내역으로 동행을 만나러 이동했다. 저녁 전이라 출출해서 오뎅에 떡볶이 좀 집어먹고 오뎅집 아주머니께 오뎅 국물을 보온병에 담아달라고 부탁해서 가지고 갔다. 일행을 만난 시간이 7시 30분 정도
달 모양이 반달인데 구름이 옅게 있는 지 달이 선명하지는 않다. 손 전등이 있으니 어찌어찌 될테지...

관악산 등반 코스는 과천<서울대 입구<<사당 이런 순으로 어렵다고 하는 데 토요일이라 차가 막혀서 차 이동시간이 적게 드는 사당에서 출발하기로 하고 사당에 주차하고 모르는 길을 떠나 산행을 시작했다.

8시에 출발해서 연주대 까지 걸리는 시간이 이정표에 2시간 20분이라고 나온다.

관악산!!! 서울대 입구에서 출발했던 예전 기억에는 크게 어렵지 않고 편안히 올라갔던 기억이 있기에 까짓!!!
연주대를 향해 내딛는 발걸음이 이날 하루 종일 많이 걸었던 터라 초반부터 쉽지 않고 헥헥!!;;
초반에 오르는 길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지만 바위들을 타고 넘는 곳들이 군데 군데 있고 의외로 다양한 모양이 있는 길이기에 처음의 힘겨움은 멀리 사라지고 야간산행의 적막한 즐거움이 슬슬 다가오기 시작한다.

4KM 가량의 산길 한참 왔겠거니 하고 시간을 보니 8시 45분
이때부터 시간 개념은 머리속에서 사라지기 시작하고 많이 왔겠거니 하고 봐도 1/3도 못 와있고 또 위험하고 정확히 알지 못하는 길을 일행의 기억을 가다듬어 올라가다 보니 적당한 긴장감에 운동 등산 열심히 하지 않는 비루한 몸일지라도 알아서 힘을 내주고 있다.

2시간이 지나 도착한 곳이 중턱쯤인 마당바위
잠시 쉬기로 하고 가지고 간 만두와 오뎅국물을 꺼내어 나누어 먹는다. 만두 안사갔으면 산에서 굶어 죽었을 게다 ㅜ.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이제 슬슬 불어오는 겨울 산바람을 맞으며 서울을 내려다 본다. 환상적인 야경...은 아니지만 언제나 내 발로 딛고 지나다니는 곳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건 항상 즐거운 법...

3시간쯤 되니 슬슬 정상에 다가가는 징후들이 나타난다.
야간 산행이 어쩌니 하는 일들이 어쩌니 하며 나누던 다양하고 풍부했던 대화가 점점 사그러 들고 있다.
그래 힘들테지... 이때 쯤부터 본격적인 바위타기가 시작이 되고 있다.
정상 600미터를 20분이면 갈 수 있다고 이정표에 적혀 있다. 음 1KM에 50분이고 600M에 20분이면 쉬운 길이란 얘기군 하하!!! 가볍게 마무리 하자 하며 올라가는 데 뭔가 이상하다.

어째 지금껏 지나온 모든 코스들 보다 2~3배는 더 힘이 들다 암벽등반하는 장치들이 돌에 박혀 있어서 그걸 밟고 밧줄을 타고 올라가고 있다. 음 ... 나 지금 자일도 없이 암벽등반하고 있는 게다. 떨어지면 ... 후덜덜하다.
함께 간 일행과 서로 쳐다보며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리며 떨리는 마음을 숨겨본다

그래 추억이 별거냐 지금 이 순간이 추억일 테지 하며 속으로 위안하고 오늘 살아돌아갈 수 있을거야 라고 위로해 보지만 몸은 점점 힘이 들고 지쳐 온다. 어느새 시간은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다. 다행히 그림자도 생기지 않지만 어둠을 적당히 밝혀주는 달빛이 우리 앞길을 비춰주기에 계속 전진할 수 있다.

분명 600M인데 왜 이리 먼걸까? 다 왔겠거니 했건만 새로운 바위들이 또 나오곤 한다. 길을 잃은 걸까? 알 수 없다.
어쨋든 뒤로 돌아갈 순 없어서 앞으로 계속 나아가다가 맨몸으로는 결코 올라서는 안되는 암벽을 또 만났다. 다행히 밧줄과 쇠사슬이 있기에 그걸 잡고 있는 힘을 다 짜내어 올라섰다. 와...우 정상이다. 관악산 정산 송신탑이 눈앞에 보이고 돌을 깍아서 만들어 둔 계단을 밟고 연주대를 지나 연주암쪽으로 향한다.

오늘 산행 중 두팀을 만났는데 내려서는 길에 과천쪽에서 한 분이 올라오신다. 후덜덜;; 혼자서 밤 12시 30분에 산에 오르고 있는 저 고수는 뭘까 대체;;

암튼 살아남았음을 일행과 자축하며 다시 돌아서 사당으로 내려갈려다간 가파른 내리막길에 살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좀 편한 과천으로 내려가서 택시 타고 이동하기로 하고 과천 방향으로 향한다.

관음사 폐사지, 법당터를 보면서 잠시 옛날을 되짚어 보고는 연주샘이라는 약수터로 이동해 샘물을 나눠 마신다. 꿀맛이다... 그래. 산에 오면 역시 약수인 것을...

빈 물통에 물을 채우고 출발하려다가 옆에 수질 측정판이 보인다. 씨발... 불합격
대장균 검출에... 수치는 기준치의 4배가 넘는 -_-;;
밤이라 간판 보지 못하고 먹어 버린 걸 어찌하랴....

그래. 오늘은 그런 날이야 체념하고 내려오다 보니 산에 올라갈때 보다 더 힘들다. 듣기에 계단이 주로 되어있는 길이라던데 왜 이럴까...?
그렇다. 편한 길 버려두고 우린 자꾸 계곡 돌틈을 헤쳐가며 내려오고 있었던 것... 에혀. 하지만 길로 들어섰다가 다시 계곡으로 내려서길 여러 차례 새벽 2시30분 드디어 과천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담배를 피는 일행이 담배가 다 떨어져서 금단현상에 힘들어 하고 있었고 ^^;; 차가 다니는 길로 나가기 위해 다시 1KM쯤 걸어서 편의점을 하나 만나고 담배를 사고 맥주를 한 캔 사서 나눠 먹어가며 오늘 산행을 잘 끝낸 것에 하이-파이브를 했다.

야간에 오르는 산은 상당히 위험하고 변수가 많은 일이다. 하지만 낮에 많은 사람들과 오며 가며 하는 산행에 비해 정말 유익한 시간을 야간산행에 찾을 수 있다.

산의 본래 성질인 고즈넉함과 주변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없기에 오히려 더 아름다워 불 수 있는 상상력, 긴장감

괜시리 등산이 하고 싶어져서 우연히 밤중에 산을 다니기 시작하고 있지만 이 우연이 가져다 준 이 감동과 즐거움이 내 삶을 훨씬 풍부하게 해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변 지인들을 몇 명 더 이 모임에 참여시켜서 좀 더 자주 산행을 해가며 내가 느낀 이 것들을 함께 나눠 주고 싶다.

남과 조금 달라지기 시작하면 .... 변태?

Duke Jordan-Flight To Jordan
Posted by 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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